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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의 일기 *윈도맠

​서깽

M.

 

솔직히 요새 약간 형이 이상하다. 정확히 말하면 한 명이 아니니까 형들이 말이다.

 

윈윈, 우리의 동스청은 사랑을 많이 받는 사람이다. 일단은 잘생겼고,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이 귀여우니까. 노력하는 모습들이 애쓰는 것 같아서 귀엽다는 그런 뜻이 아니라, 그냥 저 사람은 모든 모습 자체가 귀엽다는 뜻이다. 태일이형은 그런 윈윈형을 보며 태생이 귀여움, 이라고 했다. 우리 그룹의 최애를 맡고 있는 사람이니 뭔들. 그리고 유난히 그걸 표현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우리 중 무려 절반이니까.

 

근데 평소 같았더라면 열심히 표현하는 사람 중 한 명이었을 도영이형이 그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건 좀 의외였다.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거라면 몰라도, 도영이형은 표현도 많고 챙겨주기도 많이 챙겨주는 사람이잖아. 인터뷰나 말을 할 때마다 간혹 표현이나 발음 등으로 힘들어하는 윈윈형을 옆에서 챙기는 사람은 거의 늘 도영이형이기도 하고. 근데도 윈윈형이 질색하거나 이리저리 피하는 모습이 귀엽다며, 일부러 낯간지러운 말을 하거나 윈윈형의 볼을 꼬집거나 하는 일 등에는 관심이 없어보였다. 꼭 과하게 표현해야만 그를 좋아하고 아낀다는 뜻은 아니지만. 요점은 도영이형이 윈윈형에게만은, 그리고 도영이형과 윈윈형이 조금 이상하다는 것이다.

 

 

 

M.

 

처음 본 건 늦은 아침, 숙소 화장실이었다.

느즈막히 나가는 덕에 다들 미적거리며 침대를 뒹굴고 있던 와중, 도영이형은 웬일로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 다시 곱씹어보니 형의 발걸음에서 총총 소리가 날 것 같았는데. 아무튼 제법 급하게 걸어가는 모습에, 형 급해요? 누군가가 장난스레 물었다. 나 이 닦으려고. 그러게 어제 닦고 자라니까. 아마 그건 동혁이 목소리였던 것 같아. 나는 그때즈음 소파에 눕듯이 몸을 파묻고 있었다. 머리를 헤집으며 도영이형이 화장실 문을 벌컥 열자, 이미 입에 칫솔과 하얀 거품을 물고 있는 윈윈형이 돌아섰다. 있었어? 형 노크. 미안미안. 그러곤 화장실 안으로 들어간 도영이형의 뒤로 닫히는 문.

 

닫히는 문? 왜 닫아? 아니지, 화장실 문인데 닫아야지. 근데 둘이나 들어갔는데? 급하게 씻을 필요도 없어서 이 닦고 세수만 하고 나올텐데, 화장실 문을 왜 닫지. 지금 생각하니 이상한 의문이지만, 그때는 그게 그렇게도 신경쓰이고 이상했다. 그래서 거실 바닥에 엎드린 멤버의 눈을 피해 괜히 부엌 쪽으로 가는 척 돌아서서 화장실 문 앞으로 다가섰다. 왜 그랬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그냥 윈윈형이랑 도영이형이 같이 있으면 무슨 얘기를 할까 궁금해서 그랬던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납득할 수가 없으니까.

 

…밖에. 밖에? 뭐라고 하는 거지. 화장실 앞에 깔아둔 매트를 벗어나지 않을 정도로 문 앞을 맴돌았다. 대화를 하긴 하네. 왠지 둘이 대화하는 모습이 쉽게 상상이 안 간다. 분명히 대화를 몇 번 하는 걸 본 것 같은데도. 거실 바닥에 늘어져있던 멤버가 소파에 기대서 폰에 집중하는 걸 확인한 뒤에야 화장실 문에 귀를 바짝 가져다댔다. 안은 조용했다. 그러다 갑자기 한숨이 튀어나온다. 도영이형 것이 분명해. 말랑한 귀가 문과 머리 사이에 더 꽉 짓눌려졌다. 안돼. 왜요. 왜냐고 묻는 윈윈형의 목소리가 드물게 단호해서 대화 내용이 더 궁금해졌다. 아니….

 

마크 뭐해? 쟈니형 목소리에 놀라 문에 이마를 콩 박자마자 화장실 문이 벌컥 열렸다. 도영이형과 윈윈형은 이상한 대치상태로 서있었다. 굳이 대치상태라고 한 이유는, 도영이형이 눈에 띄게 윈윈형에게서 상체를 멀리하고 있어서. 마크? 쟈니형 한번, 화장실 안을 한번, 눈동자가 데굴데굴. 이마크 생각하자.

 

아, 화장실 급해서요. 그러니 도영이형이 윈윈형 손목을 붙잡고 끌고나오며 눈썹을 늘어뜨린다. 말하지! 양치질 이따 할게. 그러고 멀어지는 도영이형의 입술 바로 옆, 작은 흉터가 있는 곳. 거기에 하얀 거품이 묻어있었다. 묻을 수 있지, 양치질을 하면. 근데 도영이형의 반대쪽 손에 들린 칫솔 위엔 방금 막 짠 치약 밖에 없었다.

 

그럼 거품이 왜? 그 생각을 하는 순간, 윈윈형의 평소보다 더 가늘어진 눈과 마주쳤다. 도영이형에게 힘없이 끌려가지만, 그 시선만은 나를 위에서 짓누르듯이 내리꽂았다. 아직 헹구지 못한 치약거품이 입술에 붙어있는데도, 윈윈형의 얼굴은 하나도 우스워보이지 않았다. 경계심 비슷한 것이 시선과 함께 날아온다. 윈윈형의 입술 위 치약거품과 방금 짠 치약만 얹어져있는 도영이형의 칫솔, 그리고 도영이형 입가의 하얀 거품. 가고 싶지도 않은 화장실로 들어서서 문을 닫은 나는 컵에 꽂힌 칫솔들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근데 대체 윈윈형은 나를 왜 째려봤지?

 

 

 

M.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잊는다. 목소리가 커지거나 치고박고 싸운 큰 사건도 아니니까 당연히 잊고 있었는데, 오늘 다시 그 일이 떠오르게 만든 사람은 또 윈윈형이었다.

 

입국한 뒤 시간이 약간 남아서 다들 연습실에 모여있었다. 이럴 때는 다들 각자 게임을 하거나, 폰을 보거나, 서로 사진을 찍어주거나. 그 날의 나는 멤버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폰을 보는 재현이형, 그런 재현이형을 찍는 쟈니형, 그리고 그 옆엔 공책을 들여다보며 손을 휘적거리는 윈윈형이 있었다. 한국어공부를 하는 공책. 나도 저거 있는데, 실없는 생각을 하다 고개를 돌리니 앉아있던 도영이형이 무거운 엉덩이를 옮기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도영형. 그리고 그 끝에는 도영이형을 부르며 공책을 흔드는 윈윈형이 있었다.

 

도영형 이거. 몸이 딱 붙을 정도로 나란히 앉아선 공책에 머리를 박고 있는데, 그게 왜 지난번 모습과 겹쳐보였던 건지. 자세나 표정이나 전혀 닮은 구석이 없는데. 스킨십이 그리 많은 편이 아닌 윈윈형이 도영형과 머리를 맞대고 있는 것을 보니 어색했다. 보는 게 어색한 것이 아니라, 보는 내 기분이 그냥 어색해지는 기분? 말이 이상하네. 아무튼 무언가 불편했다.

 

도영이형이 윈윈형에게 발음을 알려주려 입을 크게 벌리며 말하는 모양은 자주 보던 모습인데, 윈윈형이 도영이형의 입술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얼굴은 자주 보던 것은 아니었다. 미동없는 윈윈형의 고개와 달리 벌려지는 도영이형의 입술에 따라 윈윈형의 눈동자가 바쁘게 따라간다. 왜 안해. 한참 혼자 얘기하던 도영이형의 눈이 새침한 빛을 띄고 가늘어졌다. 해요. 그리 대답하고 곧잘 따라서 발음하는 윈윈형에게선 여전히 이상한 낌새가 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공책을 넘기던 도영이형이 다시 단어들을 조곤조곤. 윈윈형은 여전히 시선을 도영이형의 입가에 두고 있었다. 형의 그 시선을 색깔로 말하자면, RED. 강렬한 빨강. 단어 하나 배우는 일에 저렇게 강렬하고 선명한 시선을, 굳이? 덩달아 나도 그 둘에게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근데 그런 윈윈형을 코앞에서 봤으면서도 도영이형은 왜 이상함을 눈치채지 못했는지, 그것도 의문이다. 솔직히 저런 시선을 눈치채지 못하면 바보 아닌가?

 

 

 

M.

 

아.

지금와서 되짚어보니 왜 숙소에서의 지난번 모습과 겹쳐보이는지 알았다. 윈윈형은 그때도 저렇게 누군가를 잡아먹을듯한 눈을 하고 있었다. 평소의 웃는 얼굴은 사슴이나 병아리처럼 온순한 초식동물 같았는데, 그때만큼은 육식동물 같았어.

 

 

 

M.

 

둘은 무슨 사이일까. 점점 궁금해져 자꾸 도영이형을 쳐다보게 된다. 눈으로 쫓는다고 하던가. 윈윈형은 왜 안보냐면…. 계속 쳐다보고 있으면, 갑자기 어느샌가 윈윈형이 나를 보고 있어서 약간 무섭다.

아무튼 도영이형을 보고 있으니 의외인 점들을 발견했다. 모든 일을 척척 해내는 똑똑하고 야무진 형인가 했는데, 구멍도 많고. 맨날 누워있는 줄 알았는데 은근히 할 거 다 하느라 의외로 누워있는 시간도 적고. 눈치 빠르다더니 놀리려고 한 말을 눈치 못 챌 때도 많고. 이런 걸 허당이라고 한댔는데. 허당김도영. 의외로 어울린다.

 

 

 

M.

 

누군가를 계속해서 관찰하는 것도 힘든 일이다. 도영이형을 계속해서 보고 있으려니 다른 사람의 눈치가 보이기도 하고, 윈윈형이 언제 날 또 발견할까 무섭기도 하고. 그리고 자꾸 무언가를 생각할 때마다 도영이형이 겹쳐서 떠오른다는 것이 문제다. 무언가를 먹고 싶으면 도영이형이랑 같이 먹는 상상을 한다던가 하는 식으로. 매일 그 얼굴을 보고 있으니 그럴만도 하지만. 근데 어쩌다가 저 형을 이렇게 관찰하게 되었는지도 잘 기억나질 않는다.

관찰도 좀 쉬어야지.

 

 

 

M.

 

미쳤나? 미쳤나봐. 진짜 이게 뭐지. 꿈이 아닌데.

방금 화장실 가려다가 열린 방문 사이로 본건데, 형들이 입을

 

 

 

"마크."

"어, 어??"

 

저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옴과 동시에 착, 소리가 나도록 일기장을 덮은 마크가 마른침을 삼켰다.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온 사람이 누군지는 목소리만 들어도 자명하기 때문에. 손에 쥔 펜은 아직 내려놓지 못한 채라 윈윈의 시선을 그대로 받아낼 수밖에 없었다. 문을 닫고 들어온 스청은 주변을 천천히 둘러봤다.

 

"뭐했어?"

"…일기 썼어요."

 

그래? 말없이 파란색 일기장 표지를 내려다보던 스청이 한발짝 마크에게로 다가왔다. 앉아있는 덕에 물러나지도 못하고 움찔거린 마크가 눈치를 보듯 눈동자를 굴렸다. 그러다 급히 펜을 내려놓고 폰에 연결된 채인 이어폰을 집어들었다. 노래, 이제 들으려고. 그게, 그. 괜히 한 행동임이 분명했다. 누가봐도 어색하고, 말을 더듬거리는 것도 어수룩해보이고. 스청은 흔들림없이 마크를 쳐다보다가 입을 열었다. 마크.

 

"봤지."

 

쿵 하고 떨어지는 소리를 내는 심장이 대답을 대신한 것만 같다.

 

"…뭘요."

 

당황한 게 들켰을까 싶어 급하게 대답해보지만 야속하게도 목소리가 볼품없이 갈라진다. 이어폰을 쥔 마크의 손은 주시하지 않으면 모를 만큼 작게 달달 떨리고 있었다. 식은땀이 등을 적시는 것 같다.

화장실을 가다가 살짝 열린 방문 틈으로 윈윈형이 도영이형이랑 키스하는 걸 봤냐고 물으면, 차라리 그렇게 노골적인 질문이라면 ‘네’라고 할 텐데. 마크가 스청의 시선을 피해 고개를 급히 돌렸다. 저 눈을 보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 것이다. 무엇을 당하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근데 제게로 다가오는 스청을 올려다보고 있는 마크는 왠지 알 것도 같았다.

 

"알잖아."

 

마크가 마른 침을 삼키자 스청에게 들릴 만큼 목울대가 크게 소리를 낸다. 마크의 앞에 서서 고개를 푹 숙여 그를 내려다보던 스청이 다리를 굽혀 쭈그려 앉았다. 피할 수 없을 만큼 시선이 가까워지자 고개를 애써 돌리고 있던 마크가 스청의 얼굴을 향해 눈을 옆으로 흘겼다. 원치는 않았지만 졸지에 그를 째려보는 꼴이 됐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정면으로 봤다가는 큰 일이 날 것만 같으니까. 그와 눈높이가 같아진 스청이 슬며시 고개를 삐딱하게 꺾었다. 눈매에 그림자가 지는 것만 같아 그 순하고 병아리 같은 얼굴이 무서워진다. 마크는 그 행동 하나하나에 흔들리는 심장을 붙잡느라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

 

"마크."

 

방금까지 바닥에 떨어져있던 심장은 다시금 붕 떠서 쾅쾅대기 시작했다. 이 감정은 어디에 숨어 있다가 갑작스레 나타나서 이렇게 급히 몰아쳐오는 걸까. 가슴이 쿵쿵 뛰었다.

 

"그만 봐."

 

그러더니 스청은 돌연 씨익 웃어버렸다. 몽롱하던 것이 뺨 맞은 것처럼 정신이 확 들어 눈을 뜬 마크가 엉덩이를 슬금 움직여 뒤로 물러났다. 얼굴이 잘 빨개지는 사람도 아닌데 온 몸이 벌겋게 물든 느낌이 들었다. 무언가 크게 들킨 사람처럼. 무엇을 그만 봐야하는지는, 묻지 않았다. 그 앞에 생략된 게 무엇인지 알 것 같아서, 마크는 삽시간에 얼굴이 굳었다.

 

"…왜요?"

 

그래서 발뺌하는 것도 잊고 저도 모르게 버럭하듯 대답해버렸다. 이제는 돌이킬 수가 없었다. 제가 만약 뭘요, 라고 대답했으면 이 상황을 무를 수 있었을 텐데. 이젠 확고하게 굳어진 마크의 대답에 스청이 헛웃음을 짓고는 버릇처럼 입맛을 다셨다. 무릎을 펴며 일어선 스청이 돌아서서 문고리를 잡아돌렸다. 어차피 그렇게 쳐다봐도.

 

"니 꺼 못하니까."

 

문을 열며 대답하는 그 목소리가 너무 확신에 가득차 있어서, 대화도 안 끝났는데 어딜 가냐는 물음조차 던지지 못했다. 그러곤 문을 열고 유유히 나가는 스청에 닫힌 문 뒤로 마크가 입을 뻐끔거렸다. 뭐가 니 것이라는 건지는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난, 그런 의미로 물은 게 아닌데. 깨닫지 못했던 그의 기분을 스청이 까발려버린 것인지, 마치 벌거벗은 기분이 들었다. 그게 아니라, 난…. 그렇게 부정을 해도 차게 식은 듯 불편한 티를 내는 눈은 느리게 내리깔아질 뿐이다. 손에 든 이어폰에서 쿵쿵대는 비트가 흘러나와 손가락이 저려오는 기분이 들었다. 윈윈이 저런 얘기를 한다는 것에 충격 받은 게 아니었다.

내가? 도영이형을? 나는 그냥, 나는…. 많은 것들을 곱씹는 마크의 얼굴이 천천히 제자리로 돌아왔다. 윈윈이 나가며 닫혀진 방문에서 힘없이 툭 떨어진 손의 방향으로 천천히, 아주 천천히. 노래가 끝났는지 간지럽던 손가락에 아무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 생각의 방향을 바로 잡아주는, 정곡을 찌르는 말.

과연 '바로' 잡아준 게 맞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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