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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도 오고 그래서

​조소

내 세상은 많이 시끄럽다. 내가 조용한 것과 내 세상이 시끄러운 것은, 별개다. 비 올 때나 눈이 올 때처럼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는 일이 강도가 셀수록 세상은 시끄러워진다. 사람을 쳐다보기만 해도 그 사람의 속마음이 들리는 나로서는 비 오는 날이 더 싫어질 수밖에 없었다. 마냥 어렸을 때는 '비가 오면 물이 내리니까, 사람들의 소리도 더 잘 씻기지 않을까?'라는 천진난만한 생각도 해봤다. 하지만 안 들리기는커녕 더욱 잘 들리는 게 속마음이었다. 소나기라도 오면 더욱 시끄러워졌다. 변명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그 속마음 때문에 수업시간에 엎드려 누워 자는 것이 일쑤였다.

 

속마음이 보이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니었다. 유치원을 다닐 때는 아무것도 모르고 그 사람의 속마음을 다 말하고 다녔는데, 친구들한테 대박 신기하다는 말만 들었는데. 부모님의 속마음을 읽고서 경악을 하던 부모님의 표정은 아직까지도 생각하기 힘들 정도다. 이 놈의 속마음은 주체를 못 한다. 내 속마음을 다른 사람들은 모르는데 나만 알고 있는 게 껄끄럽기도 하고 스트레스 받는다. 내가 짝사랑을 하던 애의 마음을 나도 모르게 읽었을 때 며칠 동안 학교를 가기가 죽도록 싫어서 이대로 도망가고 싶기도 했다.

 

"으악... 개 싫어..."

 

겨우 중학교 1학년이었는데 대놓고 싫다는 말을 들었다. 그렇게 강한 증오는 나에게 처음이었다. 그 와중에 나는 그때 겉으로 대놓고 싫다는 말을 하지 않아 줘서 고맙다는 생각도 했다. 결국 울면서 집에 갔지만 차였다는 얘기는 아무에게도 못했다. 내가 속마음을 읽는다는 사실을 아무도 몰랐고 몰라야 했기에.

 

그렇게 사람의 속마음을 읽은 지 17년, 18살이 되었다. 17살의 겨울이 지나고 고등학교 2학년이 되었다는 뜻이다. 나 혼자서 1 지망 2 지망 다 미끄러져서 버스를 타고 40분을 가야 하는 학교에 떨어졌다. 중학교에서 기껏 친해진 친구들과도 다 떨어졌다. 왠지 모르게 1학년 때 친해진 친구가 한 명도 없어서 친구가 없는 채로 그대로 2학년이 되었다. 그러니까, 개학 후 첫날 3월2일. 어떤 날보다도 긴장되는 날에 친구 한 명 없다는 거다.

 

"저기."

 

"어?"

 

솔직하게 말해서 정말 놀랐다. 눈을 뜨고 있기만 해도 의도치 않게 속마음이 귀에 들려서 뒤에서 누가 다가오는지도 몰랐다. 그래서 당황하지 않은 척 말을 걸었다.

 

"어... 왜?"

 

"아니, 거기 내 자리라서."

 

자리표를 다시 보니 여기는 내 자리가 아니었다. 너무 긴장해서 그런지 옆자리에 앉아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으악, 완전 쪽팔려. 엉거주춤하며 가방을 들고는 바로 옆자리로 옮겼다.

 

"네가 이태용이야?"

 

"어? 응... 어떻게 알았어?"

 

"그게, 유명하잖아. 잘생겼다고. 그리고 명찰도."

 

노란색 명찰 속 검은색으로 쓰인 이름이 튀었다. 이태용 석자가 뚜렷하게 보였다. 내가 그렇게 유명한가? 애들이 별로 얘기하진 않던데... 아. 생각해보니 작년 1년 동안 태용은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이나 잠을 자지도 않으면서 꼭 엎드려 있었다. 너무 시끄러웠다. 그래서인지 자신의 소문은 잘 알지도 못했다.

 

"유명한데? 작년 입학식에 대전 처음 올라온 1학년이 너였잖아."

 

"대전? 대전이 뭔데?"

 

"아, 너 페북 안 해?"

 

"응..."

 

"아! 찾았다! 여기, 작년 3월 2일. '1학년 7반에 뒤지게 잘생긴 남자애 이름이 뭔가요?? 마지막 글자가 용이던데ㅜㅜ' 이거 너 맞지?"

 

댓글에는 이태용 석자가 가득했다. 태용은 작년에 자신이 7반이었던걸 떠올렸고, 자신 말고 마지막에 용자가 오는 사람을 생각해봤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없었다. 아마도... 내가 맞는 것 같았다...

 

"나 맞는 것 같은데."

 

"그럼, 너 아니고서야 누구겠니? 안 봐도 넷플릭스다."

 

새침한 보이는 애의 이름은 김도영이었다. 겉과 속의 태도가 같았다. 투명한 유리구슬 같기도 했다. 속에서도 짜증을 내면 겉으로도 똑같이 표현하는 애였다. 적어도 내가 개학식 한 시간 동안 지켜본 김도영은 그랬다. 아마도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김도영은 사교적이었다. 나랑 말 한 마디하고 또 다른 사람과도 한 마디하고, 모두에게 공평하고 평등함을 주는 사람이었다. 선을 긋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싫어하는 티를 내는 것 같다가도 속을 읽어보면 막상 그렇지 않았다.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사람의 속마음을 읽는 것을 의심했다. 알고 보니 다 거짓말이었다면? 자의식 과잉이라면? 그럴 리가 없었다. 속마음이 같은 사람이 너무나도 많았기에 그런 자기 합리화를 불가능했다. 그래서 나는 김도영이 의심스럽기도 했다.

 

"뭐해?"

 

'와... 진짜 잘생겼다.'

 

김도영의 속마음을 읽을수록 부끄러워졌다. 아무리 많이 들은 말이었어도 저런 말은 낯간지럽고 쑥스럽다. 이런 낯간지러운 말을 속마음으로 하는 사람들은 딱 두 가지였다. 정말 나를 좋아하거나 외모만 보고 선을 긋거나 둘 중에 하나였다. 나를 만났던 10명 10명이 "나 너 너무 잘생겨서 조금 친해지기... 그래..." 이런 반응이었다. 직접 말하기 뭐하지만 아무튼, 그랬다. 그래서 나에게 아무 조건 없이 다가와주는 사람이 있기를 바라기도 했다.

 

"나 잘 건데."

 

"또 자냐? 집에서 잠 못 자? 맨날 왜 이래?"

 

김도영이랑 짝꿍인 데다가 조금 친해 보이는 이유로 나에게 다가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내가 또 잔다고 하면 같이 좀 놀면 안 되냐고 야유를 보내는 친구도 생겼고, 장난을 치기도 하는 친구들도 많아졌다. 김도영이 이 학교에서 얼마만큼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지 잘 몰랐기 때문에 친구들이 왜 다가오는지도 몰랐다.

 

 

 

 

 

친해진 친구들이 많아졌다. 박서윤이나 최수현, 안혜진 등 김도영이 소개해줘서 친해졌다. 문자도 하고 전화도 할 만큼 친한 친구들이다. 나는 걔네들이 다 김도영이랑 친한 줄만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박서윤이 김도영보다 나한테 말을 많이 거는 것 같길래 '너 김도영이랑 더 친한 거 아니었어?'라고 조심스레 물었더니 그건 또 아니랜다. 그냥 김도영이랑은 중학교 2학년 때 같은 반일뿐이었고, 최수현은 어떤가 하니 최수현은 지금 같은 반일뿐이라고 한다. 둘 다 김도영보다는 나랑 더 친하다고 말했다. 이제까지 김도영이랑 엄청 친한 줄 알고 김도영 얘기만 엄청 했는데, 갑자기 미안해졌다. 그런데 김도영은 어떻게 소개해준 거지? 별로 친하지도 않다면서.

 

담임 선생님께서 자리를 바꾸기 귀찮다는 이유로 1년 동안 계속 이 자리대로 앉으라고 하시니 바람에 김도영이랑 짝꿍이 된지도 세 달이나 지났다. 나는 김도영이 더 편해졌고, 편해진 만큼 같이 있기도 했다. 그래서 사귀는 게 아니냐는 루머가 퍼진 걸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나한테 김도영은 둘도 없는 친구였다. 나는 오늘 김도영에게 내 비밀을 말할 각오로 학교에 왔다. 이 비밀을 말한 사람은 이 세상에 한 명도 없다. 부모님마저도 그 사실을 모른다. 부모님한테도 말하지 않은 사실이다. 그 사실을 김도영한테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는 것은 그만큼 김도영을 믿는다는 거겠지. 김도영을 안지 세 달밖에 되지 않았는데 왠지 모르게 나는 김도영 한 테만큼은 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도영아."

 

"왜."

 

"나 할 말이 있는데."

 

"뭔데?"

 

김도영은 전 시간에 하지 못한 필기를 베끼고 있었다. 순식간에 노트의 절반이 넘어섰다. 김도영은 내 말보다 그 필기에 더 집중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너무 빨리 쓴 나머지 글씨가 영 꽝이었다. 글씨체가 휴먼도영체였다. 그래도 말은 잘 들어주고 있는 것 같아서 말을 마저 했다.

 

"나... 사실..."

 

"야 김도영 체육복 빌려줘!"

 

"어... 잠깐만. 나 체육복 좀 빌려주고 올게."

 

막막했다. 나 말고도 김도영은 친구가 흘러넘치고도 남았다. 내가 무슨 말만 하려고만 하면 김도영 친구들은 하나같이 다 바쁜지 말을 끊고 자기 할 말만 했다. 솔직히 말해서 속상했다. 내 말을 끊는 저 친구들이나 내가 말을 하려던 것을 기억하고는 있는지 모르겠는 김도영이나. 오늘 오하아사 12위라도 한 듯 운은 지지리도 없었다. 김도영은 잠시 학생회 때문에 불려 나갔고 내 머릿속에는 비밀을 김도영한테 말해야 한다는 사실뿐이었다. 체육복 빌려주기, 학생회 예산 문제, 교복 물려주기 행사, 단합대회 시간표 짜기, 김도영도 여러모로 피곤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돌아오면 수고했다고 해줘야지.

 

1교시 쉬는 시간에 말하려고 했는데 어느덧 청소시간이다. 내 옆자리는 아직도 비워져 있다. 가방은 아직도 놓여 있는데 의자에 앉아있어야 하는 사람은 수업시간에도 없다. 이동수업이 많아서 수업시간에 말도 못 걸은 데다가 정작 이동수업이 아닌 시간은 김도영이 부재중이었다. 오늘은 말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오늘 아니면 못 말할 것 같은데.

 

"이태용!"

 

"박서윤."

 

"김도영 없어? 지금 수학쌤이 오라는데."

 

"어? 지금 간부수련회 어쩌구 들으러 학생회 갔는데."

 

"아... 그래? 오면 쌤한테 가달라고 전해주라."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김도영을 찾자마자 김도영은 저 복도 끝에서부터 부리나케 달려오고 있었다. 많이 바쁜지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했다. 두 손에 꽉 쥔 종이 뭉치들은 학생회에서 받은 것 같았다.

 

"아까 박서윤이 너보고 수학쌤한테 가래."

 

"어? 알겠어. 오늘은 너 먼저 집에 갈래?"

 

"왜?"

 

"오늘 너무 바빠서. 기다리려면 30분은 기다려야 해. 나 종례 끝나고 또 바로 학생회실도 가야 하거든."

 

"아니, 나 기다릴 수 있어. 기다리면 안 돼? 나 할 말 있어."

 

"어?... 그래. 그러려면 그러든가."

 

김도영은 '얘가 오늘 왜 이래'라고 생각했다. 그 생각이 얼굴에 다 드러났다.

 

'하... 빨리 가야 되는데 쌤은 언제 오지.'

 

"내가 쌤 모시고 올까?"

 

"어? 그래 주라. 나 진짜 급해서."

 

나도 모르게 김도영의 속마음을 읽고 김도영이 원하는 대로 행동해버렸다. 이렇게 나서는 일은 잘 안 하는데. 굉장히 충동적인 일이었다. 단숨에 교무실까지 달려가 담임 선생님을 찾아 빠르게 모셔왔다. 정확한 것은 내가 집에 빨리 가고 싶어서는 아니었다. 그러면 왜 그랬지?

 

"반장~? 인사하자."

 

차렷, 선생님께 인사. 안녕히 계세용~~ 반에 있던 애들이 한꺼번에 우르르 빠져나갔다. 주번이나 벌 청소하는 애들을 제외하고는 다 나갔다.

 

"이태용, 너는 왜 안 가? 너 청소야?"

 

"아니, 나 김도영 기다리는데."

 

"뭐? 김도영 존X 오래 기다려야 된다고 했는데. 그럼 네가 문단속해라?"

 

"응, 알겠어."

 

어느샌가 벌 청소하는 친구들도 다 집에 가고 없었다. 선풍기만 끄고 나가버린 주번은 나에게 열쇠를 맡겼다. 내 책상에는 내 가방이 있었고, 옆에는 김도영 가방이 있었다. 할 것도 없어서 이어폰을 귀에 꽂고 최근에 꽂힌 노래들을 재생했다.

 

저 하늘 위에 나의 이름 소리쳐줘 돌아볼게 여기서 기다릴게.....

 

플레이리스트의 노래들을 자장가로 나는 책상 위에 엎어져서 잠들어 버렸다.

 

 

 

.... 용. 어?... 태용! 뭐, 뭐야. 누군가의 목소리에 의해 깨어났다. 지금이... 몇 시지? 헉! 김도영이 온다고 했던 시간보다 30분이나 더 지났다. 주변을 둘러보니 옆에는 김도영이 앉아있었다. 내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김도영을 쳐다보니까 김도영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나 이제 가야 하는데. 네가 너무 잘 자고 있어서."

 

"뭐래, 자기도 잤으면서. 침 자국이나 좀 닦으셔."

 

'아... 미친... 정말 쪽팔려...'

 

"없어. 장난 좀 친 거야."

 

손으로 입가를 닦고 있었던 김도영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이태용을 응시했다. 헛기침을 흠흠하고는 그래서 할 말이 뭔데? 라며 바로 본론으로 넘어갔다. 나는 다 준비됐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상황이 다가오니 긴장이 되고 그랬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눈을 못 마주칠 것 같았다.

 

"도영아, 나 사실."

 

"웅."

 

김도영은 이제야 내 이야기에 집중했다. 김도영의 시선은 나만 향하고 있었다. 그 눈동자가 아무도 읽지 않은 내 속마음을 꿰뚫은 것만 같았다.

 

"나 사실, 사람 속마음을 읽을 수 있어."

 

"...? 눈치 빠르다는 소리야?"

 

"아니 그게 아니라, 정말로 사람 속마음을 읽을 수 있다고."

 

"내가 그걸 어떻게 믿어. 그런 마법 같은 이야기가 어딨어." / "내가 그걸 어떻게 믿어. 그런 마법 같은 이야기가 어딨어."

 

"뭐야, 너 내 속마음을 어떻게 읽었어. 외..." / "뭐야, 너 내 속마음을 어떻게 읽었어. 외계인이야?"

 

"나 외계인 아닌데... 이게 나도 왜 그런진 모르겠는데 사람 속마음을 읽는다니까? 진짜야."

 

김도영은 입을 열고 다물지를 못 했다. 어찌나 놀랐는지 말도 하다 말았다. 토끼 같은 두 눈이 동그랗게 뜨여진 걸로 봐서는 정말로 놀란 모양이다. 김도영은 속마음으로 할 말을 와다다 꺼냈다.

 

"아, 알았어 알았어... 다 얘기해줄게. 일단 이거 진짜 비밀이야. 속마음을 읽을 수 있다는 거. 이 비밀 아는 사람 아무도 없고 네가 처음이야. 그냥 쳐다보기만 해도 속마음이 보여. 어떻게 이런 능력이 생겼는지 나도 몰라. 태어나자마자 이랬어. 지금도 네 속마음 보이는 거 맞고."

 

김도영이 나보다 더 긴장한 것 같다. 심상치 않은 비밀을 처음 알아버려서 의무감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건지 침을 꿀꺽하고 삼켰다. 갑자기 웃음이 튀어나왔다. 할 말 있다면서 먼저 잠들고 상대방이 깨워줘서 할 말 하는 이 상황이 웃겼다. 웃음이 옮는 건지 김도영도 내가 웃는 걸 보더니 똑같이 웃었다. 조금 뜬금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더 뜬금없이 김도영이 진지하고 무겁게 말했다.

 

'왜 나한테만 말했어?'

 

"어?..."

 

'너 나 좋아하기라도 해?'

 

"아, 아니? 왜 그거 있잖아, 친구로서 신뢰하고 그런..."

 

'뭘 그렇게 해명하냐, 진짜 같게?'

 

진짜로 왜 김도영한테만 말한 거지? 부모님한테도 안 말한 사실을 왜 김도영한테만 말했지? 중학교 친구한테도 안 말한 사실을 굳이 김도영한테만 이야기한 이유가 뭐지... 혹시 내가 김도영을 좋아하나? 그런 건가?

 

'나는 좋아하는 사람 있거든.'

 

김도영이 빙긋 웃어 보이며 턱을 괴었다. 가만히 내 쪽을 쳐다보다가 결국 인디언 보조개가 본색을 드러냈다.

 

"누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저 때는 정말 오지랖이고 충동적이었다. 내 인생에서 가장 후회한다. 내가 어쩌다가 김도영 연애에 관여해서.

 

"네가 내 연애사업에 동참해준다면, 알려줄게."

 

김도영이 장난꾸러기 웃음을 지었다. 저 웃음에 속아 넘어가 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새끼손가락을 걸고 말았다.

 

"동참할게."

 

'안혜진'

 

뭐? 안혜진? 전에 네가 소개해준 그 친구? 걔?

 

'동참해준다고 했다?'

 

상황이 금세 역전됐다. 방금 전의 김도영의 동그란 눈은 없고 이태용의 눈이 더 커졌다. 이태용은 입을 다물지를 못하고 대답도 못 했다.

 

 

 

 

 

이태용은 혼란스러웠다. 너무 혼란스러운 나머지 밤에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아침에는 늦게일어나서 지각 처리도 됐다. 학교에 와서는 머리를 꽁꽁 싸매고 엎드려 누워 있었다.

 

"거기, 누워 있는 놈. 그래, 이태용! confuse가 무슨 뜻이었지?"

 

"혼동시키다요..."

 

"그, 그래... "

 

자고 있는 줄 알았는데 너무 빠릿빠릿하게 대답해서 영어 선생님이 당황하는 눈치다. 나는 이 사태의 근원지인 김도영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김도영은 시선을 느꼈는지 내 쪽을 보고는 속마음으로 이야기를 시도했다.

 

'왜 그래? 오늘 어디 아파?'

 

휴... 한숨이 절로 나왔다. 내 감정도 정리 못 하겠는데 이런 상황을 나 혼자 알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답답했다.

 

 

 

안혜진은 성실했다. 학교에서 제일 성실해 보이는 사람 한 명을 뽑으라면 10명 중에 5명은 안혜진을 골랐을 것이다. 안혜진이 어떤 사람이냐 하면, 전교 부회장에 전교 1등의 자리를 놓치지도 않으며, 경시 대회 상이나 과학 실험 대회, 깔끔하고 미담뿐인 교우 관계, 온통 좋은 말들은 안혜진을 꾸며줄 뿐이었다. 외모도 전형적인 미인상에 뭘 해도 성공할 것만 같은 사람이었다. 누구든 안혜진을 동경의 대상으로 삼았고, 누구든 안혜진과 친해지고 싶어 했다. 그러므로, 안혜진을 좋아하는 것은 당연한 일과 같았다.

 

성실한 안혜진은 학생회였고, 학급 반장인 김도영은 자동으로 학생회가 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둘 사이의 접점이 안 생기려야 안 생길 수가 없었다. 실제로 나는 안혜진과 김도영이 자주 같이 다니는 것을 많이 목격했고, 사귀는 게 아니냐는 소문이 학교 내에 알게 모르게 돌기도 했다. 안혜진은 모르지만 김도영은 안혜진을 좋아했다. 김도영의 말에 따르면 나는 다리 역할 비슷한 거라고 한다. 아니, 그런데 나는 김도영을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고 막상 오래 생각해보면 아닌 것 같다. 그렇다고 다리 역할이 하기 싫은걸 보면 김도영을 좋아하는 게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야. 이태용. 오늘 임무가 있어....."

 

김도영이 소곤소곤 귓속말로 나에게 말을 전했다.

 

"속마음으로 해도 되는데...."

 

"안니 그래도 이런 게 뭔가 있는 것 같잖아......."

 

"그래...... 그래서 뭔데....?......"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 내가 오늘 학생회 회의가 있는데 같이 가서 안혜진 속마음을 알려줘. 뭐? 내가 회의? 아니, 끝나고 내가 안혜진이랑 대화를 시도해볼게. 알겠어.

 

그런데 문제가 있어. 도영아, 나는 안혜진의 속마음이 너와 같다면 진실을 말해줄 자신이 없어. 도영아, 너한테 처음으로 거짓말을 하게 된다면 어떡해?

 

 

 

 

 

학생회실의 문이 열리고 학생들이 빠져나온다. 학생회실 앞에서 김도영을 기다리고 있던 나를 흘깃 쳐다보고는 지나치는 학생도 있다. 차례차례 나오고는 마지막에 남은 건 안혜진과 김도영이다. 김도영이 나오자 안혜진도 나온다. 김도영이 나오는지도 모르고 휴대폰만 하고 있었던 나는 김도영이 손짓을 하자 눈치챘다. 고개를 들어보니 칠흑같이 까만 머리카락에 담백한 눈빛을 가진 안혜진이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어... 안혜진 안녕."

 

"응, 김도영 기다린 거야?"

 

"아니! 나한테 전해줄 게 있다고 해서!"

 

대답을 한 건 다름 아닌 김도영이다. 안혜진이 살짝 놀라고는 화제를 돌렸다.

 

"아, 맞다. 도영아, 이거 확인하고 월요일까지 가져와."

 

서류를 받는 김도영의 표정은 처음 보는 표정이었다. 사랑에 빠진 김도영은 이런 모습이구나. 나도 모르게 김도영의 표정에 집중해서 안혜진의 속마음을 읽는 것에 집중하기 힘들었다. 내가 안혜진의 속마음을 읽는 것 같지 않자, 김도영이 나의 손을 살짝 꼬집어버려 집중할 수밖에 없었지만.

 

'김도영이랑 내일 영화 보러 가자고 해볼까? 아니, 이건 좀 오바인가?'

 

"저, 저기!!"

 

"왜, 이태용."

 

"내일 셋이서 영화 보러 갈래?"

 

"뭐?"

 

"가자. 내일 12시 영화관 괜찮지?"

 

"뭐? 나야 괜찮지만... 혜진이가..."

 

"나는 괜찮아."

 

안혜진은 김도영에게 호감이 있었다. 잘해보고 싶어 하는 마음이 나한테도 전해졌다. 김도영도 안혜진을 좋아했다. 나만 빠지면 둘이 행복하게 룰루랄라 연애하고 다 할 수 있었다.

 

"그럼, 김도영 이태용 너네 둘 다 늦지 마라?"

 

"알겠어."

 

안혜진은 멀어지고 이미 없었다. 안혜진의 머리카락 한 올도 안 보이자, 김도영은 그제야 나한테 소리를 질렀다.

 

"야! 너 무슨 생각으로 그런 거야?"

 

사실 계속 김도영에게 거짓말을 하고 싶었다. 거짓말을 하지 않으면 내가 김도영을 좋아할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김도영의 저 눈을 보자마자 거짓말을 할 자신도 사그라지고 말았다. 거짓말은 애초부터 할 자신이 없었는지도 모르지.

 

"안혜진도 너한테 관심 있는 것 같은데, 잘해봐."

 

"진짜로? 대박이다! 진짜 고마워, 혹시 다른 생각은?"

 

내 생각은?

 

"안혜진이 다른 생각한 거 있어?"

 

내 생각도 물어봐주라.

 

"다른 생각한 거 없었어. 내일 너한테 영화 보러 가자할까 그런 생각밖에 안 하던데."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까 내 마음은 어떠냐고 물어봐줬으면 좋겠어.

 

"너 내일 아프다고 빠지는 거 알지? 안혜진한테는 잘 말해 놓을게."

 

김도영은 내 어깨를 툭툭 치고는 고맙다고 전하고 바로 집으로 달려갔다. 나는... 나는 어떻지? 내가 김도영을 좋아해도 되는 건가?

 

 

 

 

 

"이태용. 너 괜찮냐?"

 

"응. 왜?"

 

"아니, 오늘 하루 종일 표정이 안 좋아 보여서. 혹시 무슨 일 있었나 싶었지."

 

"박서윤, 너는 좋아하는 애 있어?"

 

"왜? 너 좋아하는 애 있어?"

 

"어."

 

"뭐? 누군데?"

 

"있어."

 

'이쁜가?...' / "이뻐, 정말 한눈에 반할 정도로."

 

'착한가?... / "엄청 착해. 감성적이기까지."

 

"너도 짝사랑해본 적 있어?"

 

"당연하지, 지금도. 하고 있어."

 

"그, 그래..." / '나는 가망이 없나?... 나 정말 이태용 좋아하는데."

 

"가망 있겠지? 그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 있는데."

 

"가, 가망 있겠지! 내가 좋아하는 사람도 좋아하는 사람 있어."

 

"박서윤 너도? 우리 같이 힘내자."

 

"그래." / '이 바보...'

 

벌써 월요일이다. 김도영과 안혜진의 데이트가 끝났다는 말이다. 김도영은 나에게 고맙다며 페메로 장문의 편지도 보냈다. 김도영을 도와줘서 뿌듯하기도 하고 축 쳐지기도 했다. 싱숭생숭했다. 슬프기도 했다. 누가 울라고만 하면 천천히 느긋하게 눈물을 흘릴 수 있을 것 같았다. 토요일의 그 장문의 편지 이후로 연락 한 통도 없다. 짝꿍도 갑자기 바꿔버려서 점심시간인 지금까지 한 번도 말을 하지 않았다. 어쩌다 보니 박서윤이 나를 좋아하고 최수현이 박서윤을 좋아한다는 사실도 알아버려서 여러모로 복잡했다. 학교 새활을 이렇게 복잡하게 하는 사람은 아니었는데.

 

"이태용. 나 할 말 있어."

 

김도영이 나한테 할 말이 있다고 한다. 그 말의 내용은 대충 이렇다. 오늘 우리 집 올래? 부모님이 여행 가셔서 친구 데려와서 같이 자라고 하셨다고 말한다. 이태용은 안혜진이 마음에 걸렸지만 그 외에는 거절할 이유가 없었기에 흔쾌히 수락했다. 최수현이 나를 살짝 째려보는 것 같기도 했지만...

 

 

 

김도영의 집은 학교에서 5분 거리였다. 심지어 아파트 1층이라서 더 금방이었다. 김도영네 집에서는 김도영 특유의 시원한 향이 났다. 김도영의 방은 슈퍼 싱글 하나에 컴퓨터 책상에 좁은 방 사이의 선풍기와 옷장이 전부였다. 동향이라 그런지 방 창문에는 커튼이 설치되어 있었다. 하늘색이 김도영과 잘 어울렸다. 청소기 하나 제대로 돌릴 수 없을 정도로 좁았지만 둘이 놀기에는 아늑했다.

 

"가방 어디에 놔?"

 

"저기. 칫솔이랑 다 챙겨 왔지?"

 

"당연하지. 가방에 다 챙겨 왔어."

 

"저녁은 뭐 먹을래? 엄마가 카드 줬으니까 아무거나 시켜먹자."

 

"네가 먹고 싶은 걸로 먹어."

 

"그럼 치킨 시킨다?"

 

"그래."

 

김도영은 알게 모르게 약간 긴장한 티가 났다. 무슨 진지하게 할 말이라도 있는지 산만하게 가만히 있지를 못했다. 물컵에 물을 버렸다가 따랐다가, 마셨다가 말다가 쉬 마려운 강아지처럼 계속 돌아다녔다.

 

"도영아, 무슨 일 있어?"

 

"아니, 그게 없어."

 

"뭐가?"

 

"시계가 없어졌어."

 

항상 김도영 손목과 함께였던 시계가 없어져 있었다. 김도영과 눈이 마주침과 동시에 우리는 김도영의 손목시계를 찾으러 각자 반대 방향으로 흩어졌다. 김도영 왈 집에서 잃어버린 것은 확실하다고 한다. 나는 김도영 방에 갔고, 김도영은 부엌에서 시계를 찾았다. 침대 밑이나 의자 밑 옷장 안 입을 법한 곳은 다 봤는데 시계는 없었다. 나는 아직 열어보지 않은 서랍을 떠올렸다. 김도영의 책상 서랍이었다. 왠지 그냥 열어보면 안 될 것 같아서 허락을 구했다. 그렇게 열어보려는 찰나에 김도영이 "아! 이태용! 잠깐만!"이라고 외쳤다. 이미 나는 그 서랍을 연지 오래고 역시나 그 서랍에는 시계가 있었다. 그리고 저건... 반지인가?...

 

"야! 잠 깐 만이라고!"

 

'너.... 봤지.....'

 

"응."

 

'내가 보지 말라고 했지.'

 

"아니 열어도 된다고 했잖아. 시계 찾았다는 건데."

 

'....'

 

"뭘 생각한 건데? 왜 나한테 뭘 숨겨?"

 

'알아서 뭐하게, 네가 내 연인이라도 돼?'

 

"..."

 

시계 하나 찾으려고 한 것뿐인데 이 사달이 났다. 분위기는 차갑게 식었다. 누가 드라이아이스라도 넣은 듯이 나도 모르게 서서히 식고 있었다. 김도영 말이 맞는데, 뭔가 짜증이 났다. 우리가 그런 정보도 못 알려주는 사이였나? 안혜진한테 줄 거면 안혜진한테 줄 거였다고 말하면 되는 거 아니야? 생각을 하면 할수록 정적은 길어졌고, 정적 사이에 울리는 것은 치킨 배달원의 초인종 소리다.

 

이렇게 고독한 식사는 처음이다. 내가 혼자 먹을 때는 휴대폰이라도 만지작거리지만 지금 이 분위기에서는 도저히 그런 철판 깔린 짓은 못하겠다. 김도영에게서는 비닐장갑 소리밖에 안 났고 나는 혹시나 김도영의 속마음을봐버릴까 봐 고개도 못 들었다.

 

"미안."

 

"...?"

 

"시계 찾아주려고 한 건데 오해해서 미안하고, 멋대로 착각해서 미안해. 좀 제대로 먹어. 날개 한 개가 뭐냐?"

 

"응..."

 

이태용은 그 반지 상자에 대해서 묻고 싶었지만 그러질 못했다. 김도영이 그거에 대해서 말하길 꺼려하는 게 느껴진다. 김도영이 싫다면 하고 싶지 않았다. 치킨 한 마리를 어느새 금방 뚝딱하고 집에서 자습이나 하다가 잘 시간이 되었다. 먼저 자자고 말을 건 사람은 김도영이다. 이태용은 칫솔을 들고는 김도영을 따라 화장실에 가서 치약을 짜곤 나란히 서서 양치를 했다. 김도영이랑 매일 이야기만 했던 기억밖에 없다 보니 이런 상황이 어색하기만 했다. 오엉아, 아 어이허 하? 뭐? 나 어히허 자냐호 어... 그러게... 뭐?

 

김도영의 침대에 남고생 둘이 누워있다. 조금, 많이 좁았다. 여름이라서 더워서 얇은 옷 한 개만 걸쳐 입고 누워서 서로 살이 닿았다. 마주 보고 자면 더 어색할 것 같아서 일부러 반대로 뒤돌아서 누웠다. 선풍기랑 에어컨을 틀었는데도 계속 더웠다. 김도영도 뒤돌아본 탓에 김도영이 무슨 표정으로 있는지는 알지도 못했다.

 

"이태용."

 

"..."

 

"그거 안혜진한테 줄 거 아니야."

 

"..."

 

"나, 사실 안혜진한테 토요일에 고백하려다가 말았어."

 

"왜?"

 

"몰라, 왠지 하면 안 될 것 같아서. 뭔가 모를게 마음에 걸려서."

 

"... 그래?"

 

"그냥, 포기하고 싶어."

 

"왜, 너 좋아했다며. 안혜진도 너 좋아하는 것 같던데."

 

이제 안 좋아하나?

 

"... 아무튼 얘기 들어줘서 고마워 잘 자."

 

뜨듯 미지근한 공기만 둘을 감싸고 있었다. 시계 사건 하나도 어색해졌다. 마치 썸 타는 것처럼... 아니, 이러면 안 되는 거지. 김도영이랑 안혜진은 서로 좋아하잖아.

다음 날 아침에 김도영 덕분에 아침 일찍 일어나고 오랜만에 아침밥도 먹고 또 나란히 서서 양치도 하고 같이 등교도 했다. FM같이 교복도 가지런히 입고 등교했다. 오늘 하루는 이런 아침처럼 잔잔하게 지나갈 줄만 알았다. 등교하자마자 눈에 보이는 건 안혜진이었다. 안혜진이 김도영을 찾은 줄만 알았는데 막상 부른 건 나였다.

 

"이태용."

 

"왜?"

 

"내가 도영이 좋아하는 거 알지?"

 

"뭐?"

 

"어?... 아니야? 알 줄 알았는데. 아무튼 그랬어. 김도영도 나를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아닌 것 같더라."

 

"그걸 왜 나한테 말해?"

 

"내가 말했잖아, 너는 다 알 것 같았다고. 김도영이 갑자기 태도를 바꾼 건지. 토요일에 영화도 네가 약속 잡아준 거고 빠진 것도 너잖아. 그 정도로 눈치 없는 건 김도영밖에 없어."

 

"뭘 말하고 싶은 건데?"

 

"후... 토요일에 김도영이랑 만나서 영화 보는데 영화 끝나고 집 가는 길에서의 분위기가 누가 봐도 고백 분위기라서 내가 고백을 하려는데, 김도영이 거절했어. 김도영이 나를 좋아하는 건 확실했는데."

 

"김도영이 널 찼다고?"

 

"고백도 못 하고 분위기를 잡자마자 하지 말라고 거부당했어. 나는 김도영이 너 좋아하는 것 같아서 말하는 거야. 그런데 나는 아직 바보같이 김도영을 좋아해서, 포기하지는 않으려고. 오늘 아침에 보니까 너네 사이 어색해 보이던데, 아직 고백은 안 했을 거고. 맞지? 너도 김도영 좋아하잖아."

 

안혜진의 말에서 틀린 말이 하나도 없었다. 반박하고 싶었지만 반박한 말이 없었다. 너무 강력한 팩트 폭력에 정신을 못 차리고 어버버 거리고 있다가 안혜진은 닌자같이 이미 자기 반으로 들어가 있었다. 김도영이 날 좋아한다고?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장난 까냐..."

 

김도영은 이미 집에 갔고, 나는 주번이라서 남아서 청소하다가 이 지경이 되었다. 날씨가 오늘 아침만 같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같기는커녕 우중충하고 천둥번개에 비는 우수수 떨어졌다. 나는 마침 우산이 없었고, 친구도 없었다. 마침 김도영네 집에서 칫솔을 두고 왔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가까운 김도영네 집으로 달려갔다. 비가 굳세었다. 젖는 건 한순간이었고 도착하는 것도 한순간이었다. 그리고 김도영과 안혜진이 김도영네에 들어가는 것을 보는 것도 한순간이었다.

 

따르릉- 철컥,

 

- 여보세요?...

 

김도영과 안혜진은 한 우산을 쓰고는 어깨는 다 젖은 채 걷고 있었다.

 

- 나 박서윤인데, 할 말이 있어서...

 

둘은 뭐가 좋다고 계속 실실 웃으면서 뭔가를 이야기하고 있었고,

 

- 네가 김도영 좋아하는 거 알고, 다 아는데 그래도 말해야 될 것 같아서 그래...

 

우산에 가려진 둘에 비해 내가 너무 비참했다. 좋아하는 사람 한 명한테 좋아한다고 못하는 게 너무 비참했다. 김도영이 행복한 게 좋아 보여서 아무 말 못 했다.

 

- 나 너 좋아해.

 

- 막 너만 보면 가슴이 먹먹하고...

 

 

 

- 생각이 멈추고 뭔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고...

 

 

 

- 계속 심장이 쿡쿡 찌르듯이 아픈데

 

 

 

- 나 그래도 너 아직 좋아해... 다른 애 좋아한다는 거 알아도... 이것만 알아줬으면 좋겠어

 

 

 

 

 

뚝- 뚝-

 

 

 

 

 

카톡!

 

안혜진 나 차였어

 

안혜진 완벽하게

 

안혜진 나는 이제 포기할래.

 

 

 

 

 

 

띵!

 

김도영 너 혹시 오늘 시간 있어?

 

김도영 없으면 내가 너네 집 갈게

 

김도영 괜찮아?

 

 

 

 

 

 

김도영

 

경기도 구리시 거주

 

이태용 님과 연애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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